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상상으로 시작된 <장수탕 선녀님> 그림책.
책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들어 한번에 고르게 된 책이다.
물론, 그림책으로 유명한 작가의 책이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도 있다.
그리고 읽어보니 작가 특유의 착한 감성이 느껴지는 정말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덕지는 엄마랑 목욕탕에 간다.
동네에 새로생긴 스파랜드에는 불가마도 있고 얼음방, 게임방도 있다는데 덕지는 엄마랑 동네에서 오래된 목욕탕 '장수탕'으로 향한다.
냉탕에서의 놀이를 즐기는 덕지는 장수탕에서 선녀님을 만난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하며 노란 고무줄로 선녀머리를 하고 계신 할머니 선녀님을.
할머니 선녀님은 덕지에게 여러 가지 냉탕 놀이법을 알려주고 덕지는 선녀님과의 냉탕 놀이를 신나게 즐긴다.
장수탕에 오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먹는 요구르트를 맛보지 못한 할머니 선녀님을 위해 덕지는 뜨거운 탕 속에서의 시간과 때를 미는 아픔을 견딘 후 엄마가 사주신 요구르트를 할머니 선녀님에게 드린다.
할머니 선녀님은 이 “요구룽”을 아주 맛있게 드신다.
냉탕에서 선녀할머니랑 너무 오랫동안 놀아서였는지 엄마가 말한 대로 덕지는 감기가 걸려 콧물도 나고 몸이 불덩이다.
아픈 몸으로 방에 누워있던 덕지의 머리맡 수건대야에서 나타난 할머니 선녀님이 덕지의 이마에 손을 올리면 말한다.
"덕지야, 요구룽 고맙다. 얼른 나아라."
다음날 아침 덕지는 거짓말처럼 감기가 싹 나았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덕지의 이야기를 보며 아이들의 상상력과 나의 빈약한 상상력을 비교해보게 된다.
책 속의 덕지도, 내 아이도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텐데, 나는 아이의 상상력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현실적인 삶을 살며 아이에게 그런게 어딨냐며, 그게 아니라면서 강요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아이의 생각을 묶어두고 있었던건 아니었을까?
내 아이가 덕지처럼 선념님을 만났다고 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설마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만 해주고 있는 건 아니겠지?
책 속의 덕지는, 또 내 아이는 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상상 속의 세계에서 많은 즐거움을 느끼며 수많은 경험을 쌓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내 눈에는 이상하고,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모습으로 보일수도 있는 상황들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기쁘고, 신나고 즐거운 모습으로 비치게 될까?
아이의 천진스러움과 거칠것 없는 모습들이 부럽다.
그리고 그런 아이의 천진스러움을 간직한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정말 존경스럽다.
어른이 된 이후로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을 생각하고 그걸 풀어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나도 아이에게 상상력을 불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의 눈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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