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나 좋아하라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이다.
백희나 작가 특유의 그림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이 너무 좋아 아이에게 읽어주고, 나 혼자도 여러 번 읽었다.
“이런이런…… 흰 구름에 먹을 쏟아 버렸네?” 누군가의 알쏭달쏭한 혼잣말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엄청난 비가 쏟아진다. 회사에 있는 엄마에게 호호가 열이 심해 조퇴했다는 전화가 걸려 온다.
회사에서 조퇴하기가 쉽지 않은 엄마는 여기저기 전화를 넣어보지만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아 엄마는 애가 탄다.
그리고 얼마 뒤 전화기 너머에서 희미하게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보세요? 엄마?”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상대방은 “으……응?” 뭔가 좀 당황한 기색으로 받는 사람.
하지만 엄마는 외할머니라고 생각하고 호호를 부탁한 뒤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호호네 집으로 가는 아름다운(?) 뒷태의 구름을 탄 선녀님의 모습.
선녀님.. 아니 외할머니.. 아니 이상한 엄마는 아픈 호호를 위해 호호네 집 안 곳곳을 뒤져 냉장고에서 달걀을 발견해,
호호가 먹고 싶다는 달걀국과 프라이를 만들어 준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기분이 조금 나아진 호호를 이상한 엄마는 가장 크고 푹신한 구름을 골라 눕혀준다.
“걱정 말고 한숨 푹 자고 나면 엄마가 올 거라고.”
아이가 아프면 부모들은, 특히 엄마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이가 나아지도록 아이옆에 하루 종일 붙어서 간호하고, 아이를 빨리 낫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으며 하루 종일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러! 나! 워킹맘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이가 아프면 워킹맘은 그야말로 하루가 전쟁터가 되어버린다.
회사 조퇴도, 결근도 어려운 회사생활로 아픈 아이를 맡기기 위해 시댁, 친정, 아는 언니 등등 부리나케 연락을 돌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그리고 출근한 후에도 계속해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며 하루 종일 조바심과, 미안함과 걱정에 눈물지으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며 그 복잡한 퇴근길을 뚫고 미친듯이 달리고 달려 아이에게 간다.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정말 크다.
그래서 아이는 그 엄마의 곁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엄마는 항상 바쁘고, 피곤하다.
아이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엄마로 살아가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아이들은 알고 있다.
바쁘고, 피곤하고, 가끔은 화를 내는 엄마이지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호호 엄마를 대신 해 아이를 돌보러 온 이상한 엄마는 아마 엄마의 엄마였을지 모르겠다.
그게 외할머니가 아닌, 그냥 엄마의 엄마.
바쁘고 힘든 엄마를 대신해 조금이라도 도와주고픈 엄마의 마음으로 온 엄마의 엄마.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 절실하게.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나의 힘듦도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준 선녀님의 모습보다, 엄마를 대신해 엄마의 힘듦을 덜어준 선녀님의 모습으로 더 크게 다가왔다.
아마 내가 워킹맘이고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따뜻했다. 오히려 내가 더 위로받고, 행복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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