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를 보면서 이건 뭐지? 하면서 약간은 슬퍼졌다.
웃고 있는 아빠와 아이들의 모습과는 달리 무표정한 엄마를 보니 엄마의 피곤함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멋진 집, 정원, 차,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피곳씨네 가족.
엄마는 늘 아들 둘과 남편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다.
엄마에게 아들 둘과 남편은 손하나 움직이지도 않고 엄마에게 계속 얘기한다. 밥 줘!!
엄마는 열심히 이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침대를 정리하고 청소를 하고 일을 하러 간다.
엥?? 엄마가 직장인이었어?? 오마나 세상에나.
엄마는 직장에 다녀와서 또다시 가사일의 반복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한다.
엄마는 언제 쉴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이런 엄마에게 누구 하나 고마워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라는 듯.
어느 날!! 아이들과 남편이 집에 왔을 때, 엄마는 쪽지 하나를 남겨두고 사라졌다.
“너희들은 돼지야!!”
정말 통쾌하다. 안그래도 이 돼지시키들아~ 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사라지자 배고픈 돼지들, 아니 남편과 아이들은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데 그 과정이 어땠을지 눈에 훤하다.
책에 나온 표현대로 끔찍했을 듯.
게다가 청소며, 설거지는 아예 할 줄도 하지도 못하니 세 사람의 차림새는 정말 가관이다.
엄마가 없으니 세 사람은 엉망진창 되어 버린 집 안에서 꿀꿀거리며 음식을 찾아 헤매는 진짜 돼지가 되어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돼지였을지도 모르겠다.
며칠이 지나 엄마가 돌아왔을 때 남편과 아이들은 엄마에게 제발 돌아와 달라며 부탁한다.
그리고 그 이후 가족의 모습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빠는 설거지를 하고, 다림질을 했으며,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침대를 정리했다.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많은 일들은 묵묵히 해내고 있었는지 드디어 깨닫게 된 것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걸까?
나도 결혼을 하여 아내가 되었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다.
그렇게 나도 주부로, 또 직장인으로 슈퍼우먼처럼 살고 있는 하루하루이다.
물론, 책 속 남편과 아이처럼 내 남편과 아이가 나를 부려먹지(?)는 않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완전히 분배되지 않은 가사일과 결국에는 내가 해야 되는 그 잡다한 모든 가사일들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참 많다.
그리고 그 일들을 해냈을 때 그게 정말 수고한 일이라는 걸 알아주지 않을 때는 더더욱 힘이 빠지게 된다.
사실, 책 속 엄마도 자신이 하는 일들을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가족을 위한 일이기에 그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참아내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책 속 엄마의 일거리는 너무 과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마지막 장면. “엄마도 행복했습니다.”라며 드디어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이고, 차 수리공 일을 하는 엄마의 행복한 모습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책 속 엄마도, 나도 마찬가지이다.
아내로, 엄마로만! 살고 싶지 않고 “나”로 내 이름 석자로 살고 싶다.
아내의 모습도, 엄마의 모습도 “나”의 모습도 다 중요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야겠지만, 결국에는 “나”로 살아갈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나”로 살아가기 위해 가족의 배려와 서로 간의 존중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이 책은 남편이랑도 한번 더 읽어봐야 될 듯하다.
남편도 조금은 깨닫는게 있지않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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