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옛날 어느 작은 성에 왕, 왕비, 공주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 공주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성 안은 냉랭한 기운이 돌고, 공주는 모르는 척하며 밥을 먹고 왕과 왕비가 문을 쾅 닫는 소리도 못 들은 척하며 블록놀이를 했다.
모르는 척 블록놀이를 하던 공주는 어느새 자신이 쌓은 블록만큼 높은 탑 안에 들어간다.
탑안에 있는 공주에게 다가오는 작은 새, 생취, 용, 어린 왕자가 다가오는데 그들 모두 아빠, 엄마의 다툼에 상처를 받고 공주에게 온 친구들이다.
엄마, 아빠의 다툼에 혹여나 헤어지지 않을까,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하는 친구들.
서로 상처받고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다 결국 공주와 친구들은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리고 그때 가장 먼저 공주에게 달려오는 사람은 바로 엄마, 아빠였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다시 성으로 돌아간 공주는 그날 밤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잠을 잘 수 있었고, 그날 밤 달빛은 어떤 날보다도 환하게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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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나와 남편의 다툼과 그때 우리를 보던 아이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소소한 말다툼이 점점 감정이 격해져 큰 목소리로 남편과 싸우던 날. 그 때 아이는 뭘 하고 있었지?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이도 동화 속 공주처럼 모르는 척을 하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틀어져있던 티비를 바라보며 우리가 어서 끝내기를 기다리는 듯 우리를 한번씩 힐끔거리며 티비를 보고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를 티비를 보며 아이는 얼마나 불안했을까.
그렇게 남편과의 싸움이 끝나고, 더 싸움을 하는 것도 그렇다고 화해도 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는 나와 남편에게 번갈아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그런데 난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도 사실 내 마음속 화에 더 집중을 하느라 사실 아이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거 같다.
정말 형편없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이의 불안감과 힘든 마음이 아이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 건지 알면서도 내 마음이 먼저고 내 상황이 먼저였던 내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진다.
남편과 화해를 한 후에도 나는 특별히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한 잘못에 대해 아이에게 사과하거나 아빠, 엄마가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우리가 잘 지내면 아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괜찮아 보였던 아이의 모습은 사실 그게 아니라는 걸 아이가 잠을 잘 때 알게 되었다.
아이의 불안한 마음이 아이의 꿈속에서 나와 아이는 소리를 지르거나 울면서 반쪽짜리 잠을 잤다.
아무리 달래도 그 울음이 멈추지 않고 너무나도 힘들어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남편과 나는 참 많은 반성과 미안함을 느꼈다.
아이는 다 알고 있었고 불안하고 힘들어했으며,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이면 혹시나 우리가 더 싸울까 봐 애써 참아내고 모르는 척했었다는 것을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싸움을 하지 않게 되었을까?
그건 아니다. 지금도 가끔씩이지만 싸움을 하고, 서로에게 화를 낸다.
단, 변한 게 있다면 아이가 있을 때는 최대한 서로의 감정을 누그러트리며 차분하게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아이에게 아빠, 엄마가 중요한 얘기를 해야 될 거 같다고 양해를 구하고 최대한 이야기하면서 풀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아이는 알 거다. 즐거운 분위기는 아니니 말이다.
아이에게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만, 때로는 아빠, 엄마도 서로 생각이 달라 다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만날 다양한 사람들과 모두 친하게 지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그런 다툼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좋은 방법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우리 부부로 인해 상처 받지 않기를.
그리고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본인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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