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며 가장 먼저 든 생각...
'설마... 나도? 나 좀 무서워지는데...'
이 책은 사실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이 아니라 엄마가, 아니 부모가 읽어야 되는 어른동화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사실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제목과 표지만 보고 골랐을 때 상상했던 내용과는 좀 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을 골랐을 때 내 생각과 아이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엄마가 화났을 때 이런이런 마음이니깐 너도 엄마 맘 좀 알아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고른책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어..! 이건 내 생각과 다른 전개 방식인데.... 어... 이렇게...진행되면 안 되는데...'
하는 당혹스러움과 순간순간 찾아오는 자기반성의 시간들...^^;
이 책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들을 꾸짖고 무섭게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사라진 아이를 찾으러 다니는 엄마의 여정을 그린 동화책이다.
화를 냈던 엄마는 아이에게 화냈던 상황들을 다 맞닥뜨리며 아이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엄마가 반성하고 아이는 다시 돌아온다는 해피엔딩(?) 이야기로 끝난다.
이 책은 그렇게 해피엔딩일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책에 나온 엄마는 무섭다. 내가 봐도 좀 많이 무섭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더 무서울 수 도 있겠다.
아이의 눈에 화내는 나는 어떻게 비쳤을까??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엄마가 아이를 찾으러 다니는 여정을 보니 아이의 마음을 알겠다.
아이는 그저 호기심이 먼저 앞선 행동이었고, 즐거움이 먼저 앞선 행동들이었을 뿐이지 잘못을 한 게 아니었는데,
나는.. 그걸 잘못이라고 꾸짖고 아이의 행동을 제한했다.
그건 정말 잘못이 아닌 아이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행동들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걸 보니 깨달아지는 것은 ‘다 내 기준이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기준에 맞춰서 아이를 바라봤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맘에 안 들고 기가 차고, 코가 막히는 일들 뿐이었겠지..
아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엄마의 모습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을 것이다.
잘못 없는 자신에게 무서운 표정과 무서운 말을 쏟아내는 내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이라니...
이해가 안 되면서도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말해야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라니..
아이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니 백번 이해가 되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무섭다.
내 아이가 나에게 상처 받았을 그 상황들이 떠오르니..
나 정말 아이에게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마 지금도, 앞으로도 아이의 모든 행동에 다 OK!!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화를 내는 상황들이 생길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기준이 정확히 맞다고 장담을 할 수도 없으니 내 기준을 조금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의 입장이 되어서..!
아이의 세상에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노력해보려고 한다.
어쩌면..내가 내 아이에게 진상 갑질을 부리고 있는걸지도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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