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비가 내리는 하교시간.
아이는 우산이 없고, 데리러 올 사람도 없다.
괜한 자존심에 같이 우산을 쓰고 가자는 아주머니의 말에도 엄마가 데리러 올 거라며 거짓말을 한다.
그때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 홍준호가 가방을 머리에 쓰고 밖으로 나간다.
“넌 안 가니?”라는 준호의 말에 아이는 준호를 따라 머리에 가방을 쓰고 문방구까지 달렸다.
그다음은 편의점까지, 그다음은 미미 분식점까지, 그리고 그다음은 피아노 학원까지.
준호는 피아노 학원에 도착하자 다 왔다면서 들어간다.
다시 혼자가 된 아이.
수많은 우산들의 행렬 속에서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지만 혼자서 다시 뛰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같이 가자는 말에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진짜다.
“이까짓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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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때는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가,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작은 행복감이 서서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평범한 상황이지만, 그 상황 속 주인공 아이의 모습이 예전 나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뭉클하기도, 행복하기도 하였다.
예고 없이 내리는 빗속에서 나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 때의 막막함과 속상함.
특히나 아직 어린 아이한테는 그 상황이 더 막막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괜한 자존심에 어른들의 도움에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하지만 한줄기 빛(?)처럼 같은 처지의 친구가 나타나고 아이는 용기를 얻는다.
혼자가 아닌 친구와 함께이니 우산 없이 뛰는 것도 놀이가 되고, 즐거움이 된다.
그러나 친구가 떠나고 혼자가 되었을 때.
다시금 ‘어떡하지..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들지만 아이는 용기를 얻은 덕분인지 이제는 정말 괜찮아진 마음으로 빗속을 뛰어간다.
책의 전체적인 색은 회색빛이었다.
아이의 마음이 회색빛처럼 우울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친구 홍준호의 옷은 밝은 노란색이다. 아마 아이의 마음에 빛(?)이 되어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친구 홍준호와 빗속을 뛰어가 도착한 편의점도, 미미분식점도 노란색이다.
아이의 마음이 서서히 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친구 홍준호가 없이 혼자 뛰어갈 때 아이의 세상은 회색빛에서 밝은 노란색으로 바뀐다.
"이번에 정말 괜찮다!“라는 아이의 말처럼 아이는 비가 내리는 지금의 상황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이다.
한 뼘 더 성장한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고 뭉클하다.
아이가 겪은 상황과 그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도 수많은 우산 행렬 속 혼자서 우산 없이 있는 아이의 모습으로 지내는 날도, 또 홍준호 같은 친구가 짠! 하고 나타나 힘을 주기도 하는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주인공 아이처럼 ‘이까짓 거’하면서 힘든 마음을 가볍게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간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사에 생각이 많은 탓에 쉽게 털어내지 못하고 끙끙대며 있을 때가 많아서인지 아이의 ‘이까짓 거’라는 말이 나에게는 큰 울림이 되는 말이었다.
“이까짓 거. 그래!! 이까짓 거 훌훌 털어버리고 뛰어가면 되지.
그렇게 뛰어갈 때 누군가 도움을 주려한다면 고맙습니다! 하고 손을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
책 표지 뒤를 보면 또 다른 아이가 모자를 뒤집어쓰고 달리는 모습이 있다.
피아노 학원 앞 주인공 아이 옆에서 비 때문에 망설이는 한 아이다.
주인공 아이의 밝아진 노란 세상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아이를 보면서 용기를 내어 달렸듯이, 나도 용기를 내어 행동했을 때 그 행동을 본 누군가가 힘을 내고 달릴 수 있도록 그런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까짓 거. 나도 한번 힘차게 뛰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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